'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8.08 나의 온전한 24시간은 어디에? (2)
낙서장/책 좀..2006.08.08 13:32
그저 왔다 갔다 하면 손에 잡혀 있을 책이 한권 필요했는데,
책을 잡고선 놓을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특히 일목요연(?) 82년의 역사를 줄줄이 읊어내는 플로로그부터
집중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다.
걸음마 떼고 여기저기 뛰어나닐때, 진정한 야구가 있었다니
잡기 힘든것은 잡지 않고, 때리기 힘든 것은 때리지 않는다.
삼미가 '아름다운 프로의 세계'에서 패배가 태어난 사명인양, 유일무이하고
전후무후한 패배의 금자탑을 세우는 초반부는 배가 뒤짚어 지도록 우스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모든 패배의 금자탑의 꼭대기엔 삼미의 이름이 있었는데..
어라.. 이건 삼미의 팬클럽 너희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대 최다 연속 무승(22경기), 한시즌 최소승, 한시즌 최소 득점...
대충 알듯말듯한 기록이 나의 대전의 금자탑(?)이 아니던가 ...
패배에 허우적대던, 등장인물들의 어린이 회원시절의 좌절과 절규..
내 모르는바 아니다. 언제 한번 이겨보나 소리도 질러보고
K리그 따위는 결과도 안나오는 신문이 고마울 정도였으니까

어라.. 다시 생각해보니 삼미와 대전 너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책을 읽고 패배의 구렁텅이가 그냥 웃긴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웃겼던 사람들은, 그 숫한 마음을 추스리도 못했는데도
밀려오는 끊임 없는 패배를 겪어본 사람일테다.
그 패배란 도전에 대한 실패가아니라.. 무엇인가에 기인한 무기력함이다.
그 무기력함이 나를 움츠리게하고, 나를 나락으로 이끌었으니..
나는 20대의 대부분은 잡기 힘든것을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고
때리기 힘든 것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았다.
무엇 하나에 성취감을 느낄수 없었으며
(하긴 무얼 시도해보질 않았으니..)
무엇 하나 만족해 본것이 없는거 같다..
그때 난 진정한 '야구'를 하고 있었나 보다.

03년을 기점으로, 니폼니쉬의 아들 최윤겸을 영입한 대전은
홈경기 승률 1위, 홈경기 관중동원 1위란 돌풍을 일으키며, 중위권으로 마감했고,
그이후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5위 전반기 리그 마지막겜을 이긴다면
단독 3위까지 노릴만 하다..

이제 곧 이혼하고 회사에서 짤려버린 주인공의 나이의 -1에 다다른 나는
어줍잖은 지식으로, 입으로만 떠들던 프로그래밍일을 하고 있으며,
좀더 많이 알고 좀더 효율적이고 능력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치기 싫은 공도 안감힘을 내서라도 때려야 되는 상황으로 나를 몰고 있으며
훈련시간을 늘이고, 성실하고 한방이 있는 스타선수가 되기 위해
내 모든 시간을 돈에 할애하고 있다..

대전은 이제 신흥강호가 되어가고 있고,
나는 이제 튼튼한 가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적금을 붓고,
안돌아가는 머리에 무엇이라도 하나더 넣으려 애쓰고 있다.
온전한 내 24시간은 이제 없는 걸까.

06.03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영겁회귀

티스토리 툴바